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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에세이/잡설과 생각들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by 나그네이무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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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화의 개봉이 기다려지는 시기가 있었다. 주말이 되면 친구나 연인들은 모두가 특정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가는 일도 많았다. 극장을 가면 언제나 사람들은 붐볐고 극장에 딸린 각종 오락기나 놀이 시설에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2024년 현재 영화관은 한산하고 썰렁하다. 국내든 해외든 모든 영화계는 전체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그 모든 탓을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으로 돌리기 바쁘다. 자기들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사람들이 싼 것만 찾아서 영화관도 망하고 영화계도 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OTT 플랫폼에서라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야 정상인데 오히려 요즘 사람들은 영화관이든 OTT플랫폼이든 옛날보다 영화 자체를 보는 경우가 적고 이름난 화제작은 이름 정도만 아는 경우도 많다. 나도 영화를 사랑했지만 요즘은 영화관에 가는 일이 드물다. 사회적인 현상이나 지표들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영화와 점점 멀어지는 이유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써보겠다.

 

 

 

 

 

1. 피곤하다

보통 영화의 런닝타임이 1시간 30분~2시간 정도 된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 시간을 온전히 집중해서 본다는 것인데 상당히 정신적 피로감이 든다. 그냥 웃기기만 한 영화도 다 보고 나면 피곤한데 진지한 내용의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사회 분위기가 기괴할 정도로 변화하면서 현실의 삶 전체가 언제나 갈등의 연속이며 불편하고 피곤해졌는데 영화까지 그런 감정노동을 해 가면서 볼 이유는 없다.

 

그래서 생각 없이 웃어 넘길 수 있고 짧고 굵게 끝내면서도 만족도도 높고 도파민도 더 많이 나오는 릴스나 쇼츠가 유행하는 것이다. 이제 영화계는 1시간 30분짜리 영화 말고 1분짜리 가벼운 영화를 90개 만드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2. 관객의 진화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 그 예고편만 봐도 모든 내용과 엔딩까지 유추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계의 역사만큼 사람들의 데이터도 쌓인 것이다. 누군가는 포스터만 봐도 전체적인 스토리는 물론이고 대사 내용까지 유추해서 인터넷에 쓸 수 있을 지경까지 되었다.

 

지나간 명작 영화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인데 이미 파악이 다 끝난, 심지어 캐스팅된 배우들의 극 중 배역이나 분장마저 어딘가에서 본 듯한 그런 뻔한 영화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이유는 없다.

 

 

 

 

3. 제작자들의 오만함

아무도 관심없는 자신들의 사상이나 생각을 영화에 과도하게 집어넣어 놓고는 그걸 안 보거나 비판하면 마치 대역죄인이나 반사회적인 사람이라도 되는 듯 관객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전부 바보도 아니고 교육방송을 볼 거면 공짜로 EBS를 보면 되는데 왜 그런 가르치려 드는 영화를 돈 들여서 보고 있겠는가. 배울 가치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심지어 전혀 배울 가치도 없는, 이미 철 지난 사상들이 대부분이다.

 

요즘같이 영화계가 힘들다고 징징대는 와중에도 극한직업, 엑시트, 범죄도시같은 작품들은 영화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왜 그런지는 그들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영화를 보고 싶은 거지 세상 혼자 똑똑하셔서 맨날 매를 들고 관객들에게 훈계하고 호통치시는, 무서운 선생님의 유사 프로파간다 전자 삐라를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4. 내 눈물샘도 파괴하고 영화도 파괴하는 신파

이건 한국영화 특유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내가 한국식 신파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중에 언제나 손에 꼽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웰컴 투 동막골'이다. 영화에 '위기'를 넣는 것은 스토리상 당연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한국식 신파는 가끔 너무 자연스럽지 못하고 뜬금없다고 생각될 때가 많이 있다. 어떨때는 무조건 신파를 꼭 넣고야 말겠다는 일종의 광적인 강박관념마저 느껴진다.

 

(참고로 옛날에 필자가 웰컴 투 동막골을 처음 봤을때 갑자기 일어나는 신파극을 보며 슬프긴커녕 영화감독의 정신상태를 진단받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어린 마음에 진심으로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었다.)

 

요즘은 영화를 보며 과도한 감정을 소모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식 신파극이 질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이유로 유쾌하고 일관성 있는 스토리가 점점 더 각광받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 근거로 요즘 조회수가 높은 릴스나 쇼츠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귀여운 동물이 나오거나 웃기거나 즐겁고 밝은 느낌을 준다.

 

 

 

 

5. 평론가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에 별점 1점 2점 주면서 갑자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코멘트를 다는 '일부' 평론가들 때문에 짜증 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이들의 평론은 대부분 특정한 정치성향을 깔고 가기 때문에 이게 영화 평론인지 전당대회 웅변인지 헷갈린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지 맨날 화가 나있다. 슬픈 영화를 봐도 웃긴 영화를 봐도 그들의 평론은 분노만이 가득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평론가들도 많다 긴 글이 아니라 단 한 줄로 촌철살인의 평가를 남기는 평론가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6. 영화관 음향 문제

영화관 가서 한국영화 보면 진짜로 대사 하나도 안 들린다. 배우의 대사가 조금만 작아도 뭐라고 웅얼거리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나 배우들은 자기 영화 보러 영화관도 안 가보는지 의문스럽다. 대사가 하나도 안 들리는데 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지.. 한국 사람이 한국 영화 보며 자막이 필요할 지경이다.

 

내 주변에도 많은 분들이 요즘 영화관 가서 한국영화를 보는데 대사가 너무 심하게 뭉개져서 몰입을 방해하고 그러다 보니 재미가 떨어지고 그래서 답답함과 짜증스러움에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다고 한다. 대사가 궁금하면 나중에 OTT로 다시 봐라는 건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영화관 음향 시설 관계자들이 단체로 OTT에 투자를 했나 싶을 정도.

 


 

 

마치며..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댓글을 보았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신파이고 더 판타지이고 더 느와르라서 영화가 하나도 재미없다고 한다. 토르의 망치를 단순히 영화관에서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토르의 망치에 실제로 맞은듯한 충격을 뉴스를 보며 매일 느끼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느끼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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